나는 플라스틱, 천의 얼굴을 가진 발명품
이름이 없던 시절
내 이름은 플라스틱이야. 하지만 내가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나기 훨씬 전, 나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 살고 있었어. 세상은 나무, 돌, 금속, 유리 같은 자연이 준 재료들로 가득 차 있었지. 사람들은 이 재료들을 이용해 집을 짓고, 도구를 만들고, 아름다운 물건들을 조각했어. 하지만 그들에게는 한계가 있었지. 나무는 썩고 금속은 녹슬었으며, 유리는 깨지기 쉬웠어. 무엇보다도, 그들은 마음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꿈꿨어. 따뜻하게 데우면 부드러워져 어떤 모양이든 만들 수 있고, 식으면 단단하게 굳어 그 모양을 영원히 간직하는 마법 같은 물질 말이야. 19세기 중반, 사람들은 코끼리 상아로 당구공이나 피아노 건반을 만들고, 거북이 등껍질로 아름다운 빗을 만들었어. 하지만 이런 천연 재료는 점점 구하기 힘들어졌고 가격도 너무 비쌌지. 수많은 코끼리와 거북이가 희생되어야 했어. 바로 그때, 사람들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기 시작했어.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상상하는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존재. 나는 아직 이름도, 형태도 없었지만, 위대한 발명가들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로 조용히 자라나고 있었단다.
끈적한 물질에서 생활용품으로
나의 '유년기'는 1862년에 시작됐어. 알렉산더 파크스라는 영국인 발명가가 '파크신'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초기 형태를 세상에 선보였지. 그는 식물에서 얻은 셀룰로오스를 이용해 나를 만들었는데, 어떤 모양으로든 만들 수 있는 최초의 인공 물질이었어. 사람들은 놀라워했지만, 나는 아직 너무 비싸고 깨지기 쉬운 아이였어. 진짜 변화는 1869년, 미국의 존 웨슬리 하얏트라는 사람 덕분에 찾아왔어. 그는 상아 당구공을 대체할 물질을 만드는 사람에게 상금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나를 연구하기 시작했지. 그는 파크신을 발전시켜 '셀룰로이드'라는 훨씬 더 튼튼하고 유용한 나를 탄생시켰어. 나는 최초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플라스틱이 되었고, 당구공뿐만 아니라 영화 필름이나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졌지. 하지만 나의 진정한 탄생일은 1907년 7월 13일이라고 할 수 있어. 벨기에계 미국인 화학자 레오 베이클랜드의 실험실에서였지. 그는 전기를 절연시킬 새로운 물질을 찾다가, 식물이나 동물에서 유래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합성 물질인 나를 만들어냈어. 그의 이름을 따서 '베이클라이트'라고 불리게 된 나는 열에도 강하고, 전기도 통하지 않으며, 어떤 색으로든 만들 수 있었지. 실험실의 끈적한 물질에서 단단하고 반짝이는 물질로 변신한 순간, 나는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었어. 나는 더 이상 무언가를 대체하는 물질이 아니었어. 나는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래를 만들어갈 재료였단다.
천의 얼굴을 가진 재료
나의 진짜 초능력은 내가 '폴리머'라는 사실에 있어. '폴리'는 '많다'는 뜻이고 '머'는 '부분'을 의미해. 즉, 나는 구슬을 길게 꿰어 놓은 목걸이처럼, 작은 분자들이 수없이 길게 연결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단다. 이 긴 사슬 구조 덕분에 나는 놀라운 변신을 할 수 있어. 발명가들은 이 사슬의 종류나 길이를 조절해서 나를 단단하게도, 부드럽게도 만들 수 있었지. 유리처럼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고,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색을 입힐 수도 있었어. 때로는 고무처럼 유연하게, 때로는 강철처럼 단단하게 변신했지. 나는 그야말로 '천의 얼굴'을 가진 재료였어. 나의 탄생 이후 세상은 빠르게 변했어. 무겁고 잘 깨지던 검은색 전화기는 가볍고 다채로운 색상의 나로 만들어졌고, 사람들은 집집마다 라디오를 들여놓고 세상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 아이들은 내가 만들어준 안전하고 예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자동차 부품부터 주방용품, 심지어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료 기기까지 나의 활약은 끝이 없었지. 나는 비싼 재료들을 대체하며 많은 물건들을 더 저렴하고 안전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어. 나는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세상을 더 밝고 활기차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단다.
나의 다음 위대한 변신
나는 아주 오랫동안 썩지 않고 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어. 처음에는 이것이 큰 장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의 이 위대한 내구성이 지구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내가 너무 오래 세상에 머물면서 환경에 어려움을 주고 있었던 거야.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 이것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나의 다음 위대한 변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란다. 인간의 독창성이 나를 탄생시켰듯이, 바로 그 독창성이 지금 나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고 있어. 사람들은 나를 재활용하여 두 번째 삶을 선물해 줘. 낡은 페트병이었던 나는 공원의 벤치나 따뜻한 옷으로 다시 태어나지. 더 나아가, 과학자들은 옥수수나 사탕수수 같은 식물로 만들어져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는 새로운 나, '바이오플라스틱'을 발명했어. 나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단다. 나의 이야기는 인간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이야기야. 과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태어났던 것처럼, 이제 나는 더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시 한번 변화하고 있어. 나의 위대한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야.
독해 질문
답변을 보려면 클릭하세요